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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얀마 쿠데타 2년 인터뷰]국민가수 노벰(Novem), ''자신은 혁명 위해 바쳐진 아들, 음악으로 함께 할 것''

김선균 | 2023/02/08 08:47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 미얀마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던 가수 노벰(Novem Htoo)은 "자신은 미얀마 혁명을 위해 바쳐진 아들"이라며 "음악을 무기로 끝까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목에 '봄의 혁명'이라고 새겨 조국 미얀마의 민주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담았다.
(광주가톨릭평화방송) 김선균 기자 =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 미얀마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던 가수 노벰(Novem Htoo)은 "자신은 미얀마 혁명을 위해 바쳐진 아들"이라며 "음악을 무기로 끝까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일 태국 모처에서 기자를 만난 노벰은 지난 2019년 미얀마 전역에 방송됐던 오디션 프로그램인 'The Voice Myanmar 2019'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뒤 2021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까지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던 인기 스타였습니다.

그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꾼 사건은 지난 2021년 2월 일어난 군부 쿠데타.

쿠데타에 반대하던 국민들의 목소리를 음악에 담아 전하던 그는 군부에게는 눈엣가시였고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가족들을 뒤로하고 목숨을 걸고 미얀마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밴드인 '뮤직 포 체인지'(Music for change)를 이끌며 저항하는 노래를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군부에 맞서 싸우는 시민방위군(PDF)을 위한 비트가 강한 노래를 만들어 이들이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바쁜 스케줄에 남부럽지 않은 음악 활동을 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군부의 폭압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난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더욱 더 당당하게 민주화된 고국에 돌아가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활동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50년, 60년 동안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감옥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에 비하면 지금 자신의 처지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현재의 미얀마나, 피난을 온 여기나 큰 감옥에 갇혀 지내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오히려 자신은 지금의 고통을 즐기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습니다.

군부에 맞서고 싸우는 시민방위군(PDF)들은 강력한 비트가 매력인 노벰의 노래를 수십번 반복해 들으며 전의를 불태운 뒤 전장으로 향할 정도로 그의 음악은 '민주전사'들에게는 강력한 힘이자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활동할 당시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는 기자의 얄궂은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며 프로로서 당당함과 함께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을 보인 그였지만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대목에서는 그의 울대가 파르르 떨렸습니다.

노벰은 "자신이 어머니의 얼굴을 뵌 것은 지난 2021년 3월이 마지막이었다"며 "어머니는 아들인 자신을 미얀마의 혁명을 위해 바쳤다고 생각하신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도 미얀마로 건네온 난민이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열어 모금도 진행했다"며 "한때 음악을 함께 했던 동료 가운데는 군부에 맞서 싸우다 크게 다쳐 1년 넘게 병원 신세를 지고 있거나, 다시 미얀마로 돌아가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 밴드를 구성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뭐라 딱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문을 활짝 열어놓지 못한다"며 "만약 그 문을 열어주면 자신이 길을 잃고 헤매일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미얀마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던 인기 가수였던 노벰은 "자신이 어머니의 얼굴을 뵌 것은 지난 2021년 3월이 마지막이었다"며 "어머니는 아들인 자신을 미얀마의 혁명을 위해 바쳤다고 생각하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진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유튜브에 올린 자신의 노래를 설명하고 있는 노벰(Novem)의 모습

그는 "지금은 '저항'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다행히 자신의 노래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무기를 가지고 싸운 것이 아니었으며 마음으로 싸웠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벰은 "이번 군부 쿠데타는 우리 시대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다음 세대에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결심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음악을 통해 미얀마 국민들과 함께 하겠다"며 "대한민국도 미얀마처럼 군부 독재를 겪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지금 자신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고 지지해 준 것에 너무나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고 함께 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2시간 넘은 오랜 시간동안 인터뷰를 한 그는 먼 이국에서 온 기자에게 동료가 생활비에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만들어 팔던 멸치볶음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건네며 우리가 탄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열어 본 비닐봉지에는 '부디 미얀마를 잊지 말아달라'는 노벰과 그의 동료들의 바람이 따뜻한 온기가 되어 가슴 속 깊이 뜨겁게 전해졌습니다.

<저작권자(c)광주가톨릭평화방송,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작성일 : 2023-02-07 01:06:27     최종수정일 : 2023-02-08 08: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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