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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내세우지 않음과 겸손'(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8/07 15:42

ⓒ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


방송시간: 87(), 오후 205220


방송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


내세우지 않음과 겸손”(1)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이 시간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신부님, 지난 시간에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물러섬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김권일 신부: 오늘은 왜 우리가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겸손해야하는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겸손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볼 때 현대 사회는, 인간 자신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담고 있는 자긍심을 강조하고 인간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겸손의 가치가 소홀해 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철학자나 신학자들에 의해 겸손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었습니다. 예컨대, 그리스도교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 354-430)는 겸손에 대해 치밀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겸손은 자신의 한계를 아는 가운데 자기를 참되게 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겸손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학자로 준 탱니(June Tangney)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탱니는 겸손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 자신의 실수나 한계를 인정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생각이나 반대되는 생각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자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를 긍정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태도 등을 꼽고 있습니다. 탱니의 이러한 견해를 토대로 겸손을 간단히 정의해 보겠습니다. 겸손이란 자기 자신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한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며 자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소중히 생각하는 개방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겸손이 때로는 부정적인 인상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겸손한 사람은 약하고 수동적인 사람, 자신감이 없거나 자신을 비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겸손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와 자존감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과의 유대감을 지니고 더 높은 존재와의 연결 속에서 살아갑니다.


 


진행자: 겸손이란 자기 자신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한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며 자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소중히 생각하는 개방적인 태도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해야 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김권일 신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가 겸손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도덕경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자신은 우주만물을 있게 하는 생명 중의 생명, 가장 근원적인 생명의 흐름인 도의 작용력과 영향력 안에 존재하며 도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 인간 자신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하더라도 그리고 자신이 얻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도라는 생명력에 의존해 있고 우주만물을 휘감고 있는 도의 거대한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하나의 생명체일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겸손해야 합니다. 도덕경34장은 도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큰 도의 흐름과 활동은 너무나 넓어서 가 닿지 않는 곳이 없구나. 만물이 도에 의지하여 생겨나고 자라나지만 이를 마다하지 않고, 일을 이루고도 자기의 공을 드러내지 않으며, 만물을 양육하지만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항상 존재하는 하느님처럼, 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이 모든 곳에서 항상 그리고 영원히 작용하고 있는 생명력입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은 이러한 도의 생명력 안에 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덕경25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는 분화되지 않은 무엇이 하늘과 땅보다 먼저 있었다.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고,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영원히 쇠락하지 않으며, 순환 활동을 하는 가운데 쉬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을 낳고 낳으니 가히 천하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나는 그 이름을 모른다. 그저 억지로 도라고 부르고, 또 억지로 이름을 지어 대라고 부른다.”

 



우주만물의 생성은 도라는 근원적인 생명의 흐름 안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모든 사물은 도라는 근원적인 생명의 흐름에 의해서 생겨나고 또 도에 의지해서 존재하고 성장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것은, 도의 생명력에서 벗어나게 되면 곧바로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사라져버립니다. 따라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은 도에 순응하는 존재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교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자신은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베푸심을 받고 있기에 지금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약성경의 사도행전은 말합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17, 28) 우리는 날마다 주님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생명력 안에 놓여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생명력이 나에게서 거두어져버리면 나는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나두고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존재입니다. 인간은 하느님 앞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체험은 우리를 겸손하게 합니다. 신약성경의 루카 복음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하느님은 큰 창고 안에 재물을 쌓아두고 혼자만 잘 먹고 즐기며 살고자 하는 부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12, 20)


 


진행자: 신부님, 우리가 겸손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권일 신부: 둘째, 우리 인간과 모든 존재물은 다른 것들과의 관계성 안에서 다른 것들에 의지해서 존재합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통찰은, 우리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타자를 존중하고 소중히 대하는 겸손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줍니다. 지금의 나는 공기에 의지해서 숨 쉬고 있고 종전에 먹었던 밥과 채소와 고기에 의지해서 존재합니다. 그리고 쌀과 채소를 재배해주는 농부들, 옷을 수선해주고 세탁해주는 세탁소 주인, 머리를 잘라주고 꾸며주는 미용사,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주는 식당의 요리사, 치킨과 피자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배달부, 고장 난 차를 수리해주는 카센터의 기술자, 세상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주는 스승과 같은 사람들, 이 모든 사람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의 힘에 의지해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도덕경은 세상 만물은 얽혀있고 상호 관계성 안에서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도덕경2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유무는 서로를 낳고(有無相生),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를 이루며, 길고 짧음은 서로를 드러내고, 높고 낮음은 서로를 나타내며, 소리와 울림은 서로 어울리고, 앞과 뒤는 서로를 따른다.”


 


유는 무와의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유가 되며, 무 역시 유와의 관계 안에서 비로소 무가 됩니다. 음은 양과의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음이 되고, 양 역시 음과의 관계 안에서 비로소 양이 됩니다. 길고 짧음, 어려움과 쉬움, 높음과 낮음, 소리와 울림, 앞과 뒤, 미와 추, 성과 속, 동과 정, 약과 독, 삶과 죽음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른 것들에 기대고 잇대어서 존재하고, 그렇게 잇대어 있는 가운데서 자신의 존재를 실현해 갑니다. 앞뒤 양면이 꼬여서 하나를 이루고 있는 뫼비우스(Möbius )의 띠처럼 우주만물은 모두 다른 것과 얽히어 있고 잇대어 있기 때문에 그 자신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다른 것들과의 관련성 안에서 그 고유한 모습으로 자리매김 됩니다. 이러한 통찰은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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