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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나를 넘어서서 너를 섬기는 삶"(2)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6/26 15:45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


방송시간: 626(), 오후 205220


방송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


나를 넘어서서 너를 섬기는 삶”(2)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오늘은 나를 넘어서서 너를 섬기는 삶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신부님! 마르틴 부버가 말한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해 더 설명해주세요!


 


김권일 신부: 마르틴 부버처럼, 우리 민족을 비롯한 동아시아인들도 사람을 관계성 안에서 이해합니다. ‘사람자와 사이자가 결합된 한자어 인간人間이라는 단어가 뜻하고 있듯이, 인간은 사람 사이()에 존재해야 하며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 및 신적인 존재와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실현시켜 나갑니다. 그러므로 부버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너를 통해서 비로소 나가 된다.” 나라는 인간은 수많은 타자와 맺는 나와 너의 관계를 통해서 나로서 성장하고 발전해 갑니다. 또한 일상 안에서 갖는 수많은 와의 만남은 영원한 너즉 신에 이르는 통로이며, ‘영원한 너와의 관계 안에서 나와 너의 관계가 온전히 실현된다고 부버는 주장합니다.


 


진행자: 신부님, 다음으로 부버가 말한 나와 그것’(Ich-Es) 관계란 어떤 관계인지 말해주세요!


 


김권일 신부: 상대방을 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거나 내가 이용할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로 상대와 만나는 것을 나와 그것’(-그것)의 관계라고 말합니다. 또 나의 어떤 의도를 내세워 상대를 만나는 것 역시 나와 그것의 관계에 해당됩니다. ‘나와 그것의 관계는, 일종의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로 맺어진 관계입니다. ‘나와 그것의 관계는 주종의 관계이며, 지배와 종속의 관계이고, 일방적으로 내뱉는 나의 말만 있는 독백의 세계이고, 그리고 상대를 함부로 대하고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태도로 이루어진 관계도 여기에 속합니다. 마르틴 부버의 이상과 같은 내용과 관련하여 장자의 응제왕 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상대방의 입장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식대로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남쪽 바다의 임금은 숙이고 북쪽 바다의 임금은 홀이고 그 중앙의 임금은 혼돈渾沌이다. 숙과 홀이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함께 만났는데, 혼돈은 그들을 매우 잘 대접하였다. 그래서 숙과 홀은 혼돈의 은덕에 보답하려고 함께 상의 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사람들은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이 혼돈만은 없으니, 시험 삼아 구멍을 뚫어 줍시다.’ 그래서 하루에 한 구멍씩 뚫어 주었는데, 칠 일이 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진행자: 신부님! 숙과 홀, 그리고 혼돈의 일화는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나요?


 


김권일 신부: 혼돈에게 대접을 잘 받은 은덕에 보답하려는 숙과 홀이 상의하여 혼돈에게 사람과 같은 구멍을 뚫어 줍니다. 이러한 호의가 오히려 혼돈을 죽게 만듭니다. 숙과 홀이 나와 너의 방식이 아닌, 자신들만의 생각에 사로잡힌 채 일방적으로 대하는 나와 그것의 방식으로 혼돈을 대했기 때문에 혼돈은 그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죽고 맙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숙과 홀의 태도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과 방식만을 앞세우게 되면, 상대방의 본연의 모습을 손상시키거나 상대방을 죽음으로 내몰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장자의 지락 편에 나오는 바닷새이야기도 이와 같은 가르침을 줍니다. 부버의 주장을 부부 간에 적용해 보면 우리 부부가 나와 너의 관계인지 아니면 나와 그것의 관계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점은 하느님과 우리와의 관계에도 적용됩니다. 어떤 목적이나 원하는 것 없이 순수하게 하느님을 믿고 사랑한다면,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 때문에, 마음의 평화 때문에, 자식들의 성공 때문에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나는 하느님과 나와 그것의 관계 속에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을 로 대하지 않고 그것으로 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의 동기가 어떠하든지 간에 우리 신앙의 발전적인 모습은, 하느님과 나와 그것의 관계가 아닌 나와 너의 관계에 이르도록 해야 합니다. 신비주의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써,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지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를 바라보는 눈으로 하느님을 보려고 한다. 소를 사랑하듯 하느님을 사랑하려 한다. 우유와 치즈와 당신이 필요한 것을 얻기 때문에 당신은 소를 사랑한다. 하느님을 외적인 부유함이나 내적인 위로 때문에 사랑하려는 그러한 사람 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하느님을 옳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필요한 욕구를 사랑하는 것이다.”


 


마르틴 부버에 의하면, 현대인들의 인간성 상실의 근본 이유는, ‘나와 그것의 관계 맺음이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며,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는 나와 너의 관계 맺음이 삶의 주된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 나와 그것의 관계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주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부버는 이 시대는 신의 부재의 시대가 아니라 신의 일식日蝕(Gottesfinsternis)의 시대라고 주장합니다. 일식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 달이라는 매개물이 개입되어 태양 빛을 차단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일식의 경우처럼 신과 우리 사이에 어떤 매개물이 개입되어 있어서 우리가 신을 느끼지 못하여 신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부버는 주장합니다. 부버에 의하면, 신과 우리 사이를 가리는 매개물은 바로 '나와 그것'의 관계를 추구하는 '나'입니다. 현대는 '나와 너'의 관계를 추구하는 '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나와 그것'의 관계를 추구하는 '나'가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고 부버는 말합니다.


 


진행자: 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오늘은 나를 넘어서서 너를 섬기는 삶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지금까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했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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