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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다름을 받아들이는 품격과 멋"(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5/08 16:17

ⓒ 광주가톨릭평화방송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58(), 오후 205220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다름을 받아들이는 품격과 멋”(1)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이 시간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신부님, 지난 시간에는 상실감을 안고 사는 어느 대학생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대학생과 그리고 상실의 고통을 안고 있는 분들에게 지난 주 방송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부님!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주실 건가요?

 



김권일 신부: 오늘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품격과 멋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먼저 장자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장자의 추수 편에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우물 안의 개구리이야기가 나옵니다.


 


북해약이 대답했다.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해 이야기 해주어도 알아듣지 못한다. 자신이 머문 곳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여름벌레에게 얼음에 대해 이야기 해주어도 알아듣지 못한다. 자신이 사는 때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것만 아는 좁은 사람에게 도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어도 알아듣지 못한다. 그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처럼 우리 모두는 때(시간)라는 것에 갇히고 장소(공간)라는 곳에 매어서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협소한 지식과 생각에 갇혀서, 자신이 알지 못한 새로운 지식이나 다른 생각에 대해서는 닫혀있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폭넓은 독서와 다양한 만남을 추구하고 그리고 교육의 기회를 갖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갇히고 닫힌 인간으로 남아있게 됩니다. 장자의 천하 편에 보면 일곡지사一曲之士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진행자: ! 신부님, 일곡지사란 어떤 말인가요?

 



김권일 신부: 일곡지사는 한쪽 면에 집착하여 다른 것을 두루 두루 보지 못하는 편협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도덕경은 다른 면을 두루 두루 보지 못하고 오로지 한쪽만 바라보는 일곡지사의 생각처럼 단면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포괄적으로 생각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이분법적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것을 말합니다.

 



진행자: 신부님! 이분법적 사유, 이분법적인 생각이란 어떤 것인가요?

 



김권일 신부: 연관성과 관련성, 그리고 제3의 것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선과 악, 흑과 백, 내 편과 네편 등과 같이 둘로 구분지어 놓고 그 테두리 안에서만 세상을 이해하려는 태도입니다. 이러한 태도 안에는 은연중에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는 사고 방식이 존재합니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바리사이 사람들이나 율법학자들이 대표적으로 이분법적인 태도를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덕경에 따르면 유와 무가 서로 잇대어 있어서 서로를 이루어 주듯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다른 것에 잇대어서 그 자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존재방식을 도덕경용어로 표현하자면 유무상생有無相生’(유와 무가 서로를 낳는다)의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와 무가 상생하듯이 우주만물은 서로가 서로에게 잇대어 있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존재합니다. 이러한 우주만물의 존재방식을 불교에서는 연기緣起, 등과 같이 다양한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상즉상입相卽相入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진행자: 신부님! 상즉상입, 처음 들어보는 불교 용어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김권일 신부: , 상즉상입이라는 말은 서로가 서로에게 잇대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침투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상즉상입의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이러한 불교의 우주관을, 불교학자 최종석은 다음과 같이 아름다운 표현으로써 말합니다.



한 톨의 쌀알 속에는 농부들이 흘린 노력의 땀이 서려있는가 하면, 여름날의 햇빛과 바람이 담겨있고 천둥과 먹구름과 빗방울이 들어 있다. 온 우주가 힘을 기울여야 쌀 한 톨이 여무는 것으로 본다. 나는 우주가 들어 있는 쌀을 먹고 산다. 나는 바 로 온 우주와 둘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진행자: 쌀 한 톨 안에 우주가 깃들어 있듯이 모든 사물 안에는 우주 전체가 깃들어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이 아주 흥미롭고 오늘날 생태학자들의 주장과도 비슷하네요!

 



김권일 신부: , 그렇습니다. 제가 사는 영암에는 기암괴석의 봉우리로 유명한 월출산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월출산 숲이 내품는 맑은 공기와 월출산 계곡이 제공해주는 청정한 물을 마시며 삽니다. 그리고 산이 부르면 언제든지 올라가 산과 혼연일체가 되어 모두를 품어주고 실어내는 산의 덕을 배우고 산이 내품는 기운을 마시며 월출산에 기대고 삽니다. 또한 월출산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감탄해 하는 모습이 전해주는 기운을 받을 것이고,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산은 더욱 울창해집니다. 이렇게 보면 사람들과 월출산은 상즉상입의 관계 속에 있습니다. 즉 사람들과 월출산이 서로 잇대어서 존재합니다. 잇대어 있기에 서로에게 침투되어 있습니다. 사람 안에 산이 들어와 있고 산 안에 사람들의 흔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만물은 서로 얽혀 있습니다. 너 없는 나는 있을 수 없고, 수많은 너가 있기 때문에 나도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불교의 화엄사상에서는 하나의 작은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들어있다(一微塵中含十方)고 말합니다.


 


진행자: 이러한 우주관과 관련하여 우리 그리스도교의 관점은 어떤 것인가요?


 


김권일 신부: 그리스도교의 대표적인 생태학자인 토마스 베리(Thomas Berry) 이렇게 주장합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가 우주에 있는 다른 모든 존재와 태생적으로 관계된 상태(genetic relatedness) 안에 있으며, 살아 있는 존재는 다른 모든 존재의 사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찬미받으소서에서 모든 피조물은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룬다고 주장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은 삼위일체의 하느님입니다. 인간에게서 감성과 지성과 그리고 의지, 이 세 요소는 서로 구분되지만 이것들이 실제로 작용할 때는 각각의 요소 안에서 다른 두 요소도 함께 작용하여 한 인간의 한 인격체를 이룹니다. 이처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세 위격도 각기 다르지만 친교와 사랑의 관계 안에서 결합하여 하나이신 하느님의 본성을 이룹니다. 하느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이루는 관계성 안에서 존재하듯이, 이러한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세상만물도 관계성 안에 존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주만물은 상즉상입의 밀접한 관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한 쪽만을 생각하는 일면적인 사고방식이나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다른 쪽을 배척하거나 무시하려는 이분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때문에 한 쪽만을 고집하지 않고 두루두루 바라보는 포괄적인 눈으로 사물과 나타난 현상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도덕경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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