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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도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생각(5-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4/24 17:09

ⓒ 인간을 사람답게 해주는 가장 큰 쓰임새는 빈 마음이다.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424(), 오후 205220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 -


"도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생각: 어떻게 하면 비우는 삶을 살 수 있을까?"(5-1)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이 시간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우리는 왜 비워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 이유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김권일 신부: 수레, 그릇, , 천지, 풀무, 피리, , 그리고 귀 등의 쓰임새가 모두 허()에서 나오듯이, 인간에게 있어서도 우리 자신을 사람답게 해주는 가장 큰 쓰임새는, () 곧 빈 마음입니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해 주는 것은, 우리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외모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라고 할 수 있는 빈 마음입니다. 도덕경에 의하면, ‘없이 있는 도를 체득하기 위해서 우리 자신을 비워야 합니다. 또한 우리 자신이 자기 자신에 갇혀 있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서 세상과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쓸모 있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도 비워야 합니다. 빈 마음이 사람을 가장 쓸모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뜻있는 사람들은 계영배戒盈杯라는 잔을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욕심을 경계했습니다. 최인호는 소설 상도에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거상 임상옥이 계영배를 사용하면서 늘 자신의 욕심을 경계했다고 말합니다. 계영배는 술잔 높이의 7부 정도만 술을 채워야합니다. 그 이상 채우게 되면 술잔의 술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도록 설계된 술잔입니다. 소설에서 임상옥은 이 잔을 가리켜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지만, 나를 이룬 것은 술잔이다라고 말합니다. 도덕경15장은 말합니다.“도를 체득한 자는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채워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멸망하지 않고 영원히 새로워진다.” 거상 임상옥은 채워지기를 바라지 않고 사람을 살리는 상도를 걸었기 때문에 그의 삶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항상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줍니다. 유럽 사회가 정신문화를 이루는데 바탕이 되어 온 오랜 전통들 가운데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정신이 있습니다. 진행자님!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 잘 아시지요?

 



진행자: ! 노블리스 오블리제! 참 좋은 정신이어서 잘 알고 있지요!

 



김권일 신부: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노블리스(명예)에 어울리게 오블리제(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지위를 지닌 사람은 거기에 따르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말이지요.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은, 전쟁이나 재난이 발생하면 먼저 나가서 자신을 희생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은, 덜 가진 사람이나 지위가 낮은 사람보다 세상을 위해서 더 많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신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입니다. 이러한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발휘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조선 시대의 거부 임상옥입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계영배가 주는 덜 채움의 교훈을 늘 상기하면서 자신을 비우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계영배를 하나 지니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생각도 하나의 욕심인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진행자: 신부님, 계영배에 대해서 처음 들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네요!


 


김권일 신부: 비움과 관련하여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조금 더 언급해야겠습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마음을 비우면 비울수록 우리의 기도를 강력하게 할 수 있고, 우리의 모든 행동을 가치 있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그는 비어 있음이 우리의 영혼을 신께 데리고 갈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에 따르면, 앎과 욕망과 그리고 소유한 것을 온전히 비우고 이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면, 우리의 의식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신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Herakleitos, BC 540-BC 480)는 일찍이 온갖 길을 돌아 다녀도 그대는 영혼의 한계를 찾지 못할 것이다. 영혼의 가치는 그처럼 심오하다라고 영혼의 능력에 대해 말한 바 있습니다. 불교의 유식학에서 우리 인간이 지닌 정신의 가장 깊은 층을 아뢰야식이라 말하듯이, 그리고 왕양명(왕양밍王陽明, 1472-1528)이 마음의 본체를 양지良知라고 말하듯이, 칼 융(Carl G. Jung, 1875-1961)이 집단 무의식을 말하듯이,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이 우주적 영혼을 말하듯이, 신비주의자들은 인간 마음에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말해 왔습니다. 이러한 특별한 마음의 능력을 에크하르트는 영혼의 근저’(Seelengrund) 부릅니다. 에크하르트에게서 영혼의 근저는 정신의 파수꾼(Hut des Geistes), 영혼의 불꽃(scintilla animae; Seelenfunken), 최상의 이성(oberste Vernunft) 등과 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영혼의 근저는 보통의 마음 상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고, 모든 물듦에서 벗어나고 모든 집착을 비워버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만이 의식 안에서 체험할 수 있는 마음의 특별한 능력입니다. 에크하르트에 의하면, 우리의 가장 내밀한 곳(das Innerste)에서 작용하는 영혼의 근저는 이것으로도 또 저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롭고 놀라운 어떤 것이어서 그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뿐입니다. 에크하르트는 이러한 영혼의 근저에는 인간의 신적 형상(Gottfӧrmigkeit)이 자리하고 있고, 또한 우리의 욕망이나 생각에 전혀 물들지 않은 하느님 그 자체인 신성(das Gӧttliche)이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진행자: 신부님, 지금까지 허()가 지닌 하나의 쓰임새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가 지닌 또 다른 쓰임새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김권일 신부: ()가 지닌 또 다른 쓰임새는, 인간 자신을 내외적인 어떠한 자극에도 동요됨이 없는 맑고 고요함의 경지 즉 정의 경지에 이르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온전한 의미의 허정(虛靜)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비워서 어떠한 자극에도 동요됨이 없는 맑고 고요함의 경지인 정의 경지 즉 허정(虛靜)에 이르게 되면, 우리 자신의 청정무구한 생명력이 회복되고 동시에 도를 직관할 수 있게 됩니다. 직관이란 중국의 전통 기공에서 말하는 내관內觀과 비슷한 것으로 육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단박에 파악하고 느끼게 되는 고 차원의 체험을 말합니다. 이처럼 청정무구한 생명력이 회복되고 동시에 도를 직관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바로 마음을 비우고()난 다음 경지에 이르렀을 때 얻을 수 있는 쓰임새입니다. 도덕경16장은, “을 일러 본래의 참된 생명의 회복이라 한다(靜曰復命)”고 말합니다. 또한 도덕경16장은, 허정(虛靜)의 마음 안에서 만물이 참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오는 것을 본다(吾以觀復)’고 말합니다. 만물이 되돌아가는 참된 생명의 근원은 바로 도입니다. 허정(虛靜)의 마음 상태에서 만물이 참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옴을 본다는 것은, 허정(虛靜)의 마음을 지닌 사람만이 만물의 생동하는 기운 속에서 도를 직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이데거가 언어의 도상에서라는 책에서 고요함의 울림(das Geläut der Stille)’에 대해 말하는데, 이는 정의 경지가 쓰임새를 지니고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언어로써 표현할 방법이 없을 때 남는 것은 오직 침묵뿐입니다. 침묵 중에서 새로운 언어가 다시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존재의 언어인 고요함의 울림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존재의) 언어는 고요함의 울림으로써 말한다(Das Sprache spricht als das Geläut der Stille)”라고 말합니다. 계속해서 도덕경16장은 본래의 참된 생명의 회복(復命)’()’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란, 우주만물을 관통하고 있는 도의 활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래의 참된 생명을 회복하는 것을 상()이라 한다라는 표현도 역시, 본래의 참된 생명의 회복을 통해 도를 체득할 수 있고 도와 하나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도닦음을 통해, 우리의 마음이 허정(虛靜)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이 허정(虛靜)의 마음 안에서 청정무구한 생명력이 회복되고 우리 마음이 보이지 않는 도의 나타남을 직관(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그러므로 중국의 학자 왕회(왕후아이王淮)는 이렇게 말합니다.

 



위에서 말한 자기를 최대로 비워서 맑고 고요한 상태를 확고히 함(致虛極, 守靜篤)’이란 마음을 밝히는(明心)’의 공부이다. 마음이 밝음()’을 얻은 후에야 비로소 쓰임새()’가 생겨난다. 쓰임새란 무엇인가? 바로 관조(觀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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