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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도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생각(4-2)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4/17 17:15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417(), 오후 205220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 -


"도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생각: 왜 우리는 비워야 하는가?"(4-2)


 


김권일 신부: 도덕경11장 본문을 진행자님이 읽어 주시겠어요?


 


진행자: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모여 있는데 바퀴통에 빈 곳이 있기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있게 된다. 찰흙을 이겨 그릇을 만들 경우에 그릇이 비어 있기에 그릇의 쓸모가 있게 된다. 창과 문을 내어 방을 만들 경우에 방 가운데가 비어 있기에 방으로서의 쓸모가 있게 된다. 그러므로 유()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은 무()가 쓸모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권일 신부: 도덕경저자는 먼저 고대의 주요한 교통수단인 수레를 은유로 들고 있습니다. 수레의 핵심은 수레바퀴입니다. 고대의 수레바퀴에 꽂혀 있는 바퀴살은 서른 개였습니다.


 


진행자: 신부님, 왜 고대의 수레바퀴에는 바퀴살이 30개였을까요?


 


김권일 신부: 이는 한 달 30일 날수에 맞추어 바퀴살을 서른 개로 했다고 합니다. 바퀴살 서른 개가 꽂히는 바퀴통 가운데에 텅 빈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에 좌우 양쪽의 바퀴를 연결시켜주는 바퀴축이 끼워지게 되고 두 바퀴의 동력이 하나로 연결됩니다. 이로 인해 수레의 쓰임새가 생겨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레의 쓰임새만을 생각할 뿐 그 쓰임새가 바퀴통의 빈 구멍에서 유래되고 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옛날에 수레바퀴를 만드는 장인은, 바퀴 축을 끼우게 될 바퀴통의 빈 구멍()을 너무 뻑뻑하지도 않고 너무 헐렁하지도 않게 바퀴 축과 잘 맞도록 깎아내는 일을 최고의 기술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신부님은 바퀴살이 서른 개인 고대의 수레바퀴를 보신 적이 있나요?

 



김권일 신부: , 본적이 있습니다. 타이완 유학시절에 타이뻬이의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관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중국 본토에서 해외로 나들이 나온 진시황 무덤의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전시장에는 진시황 무덤에서 발굴된 동으로 제작한 마차와 진흙으로 빚어서 구어 만든 병사들과 기타의 유물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전시장에서 동으로 제작된 마차를 대하자 곧바로 도덕경11장의 대목이 생각나서 마차의 바퀴통에 꽂혀 있는 바퀴살을 열심히 세어 보았습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비록 시간상으로는 도덕경의 저작 연대와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나라 사이에 약 300년이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진시황 무덤에서 나온 마차의 바퀴통에 꽂혀있는 바퀴살은 놀랍게도 도덕경이 묘사하고 있는 것과 같이 정확히 서른 개였습니다. 도덕경은 여러 대목에서 물들지 않은 흰 실, 가공되지 않은 통나무, , 풀무, , 돌풍, 소나기 등과 같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들을 철학적인 소재로 삼아 우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진시황 무덤에서 나온 마차와의 만남은, 서른 개의 바퀴살이 도덕경저자가 임의로 표현한 것이 아니고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진행자: 수레의 쓸모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는데, 그릇과 방의 쓸모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김권일 신부: ! 그릇이나 항아리는 그 속이 비어 있습니다. 만일 그 속이 비어 있지 않으면 쓸모가 없게 됩니다. 그 속이 비어 있기에 쓰임새가 있게 됩니다. 하이데거는 도덕경11장 내용에서 영향을 받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릇의 담는 자는 빔이다. 항아리에서의 무(Nchits)인 이 빔이 곧 항아리가 담는 그릇으로서의 항아리이게 하는 것이다.” 집안에 있는 방도 역시 빈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빈 공간이 있기에 방에 물건도 놓을 수 있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방이 지니고 있는 무와 같은 빈 공간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방을 방이게끔 해주는 것입니다. 빈 공간 때문에 방으로서의 쓰임새가 생겨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보이는 것이나 채워진 것과 같이 눈앞에 나타나 있는 것들에만 관심과 의미를 두고 살아갑니다. 눈앞에 나타나 있지 않는 감추어진 것, 비어 있음, , 이러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25백 년 전에 살았던 도덕경저자는, 놀랍게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비어 있음을 깊이 있게 사유하였습니다. 명나라 때의 승려 감산(憨山한산)도덕경11장을 풀이하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우리가 왜 비워야하는가에 대한 매우 적절한 답을 줍니다.

 



천지가 형체를 지니고 있어 사람들은 천지의 유용함을 알지만 형체가 없는 도()로 말미암아 천지의 쓰임새가 있게 된 줄은 모른다. 또한 사람이 형체가 있는 까닭에 누구나 사람이 쓰임새가 있는 줄은 알지만 비어 있고 형상이 없는 마음 때문에 사람이 쓸모가 있게 된 줄은 전혀 모른다.”


 


바람을 뿜어내는 풀무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것은 그 풀무의 속이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천지가 끊임없이 생명을 낳고 낳을 수 있는 까닭은 그 사이가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코가 숨을 쉴 수 있고 귀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피리가 소리를 낼 수 있는 까닭은 이들 안에 빈 구멍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와 같은 빈 구멍이 풀무와 천지, 코와 귀 그리고 피리의 구실을 낳습니다. 천지풀무수레그릇피리귀 등의 쓰임새가 모두 허()에서 나오듯이, 인간에게 있어서도 우리 자신을 사람답게 해주는 가장 큰 쓰임새는, () 곧 빈 마음입니다. 우리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외모가 아니라 바로 사람의 무라고 할 수 있는 빈 마음이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합니다.


 


진행자: ! 우리가 비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네요~


 


김권일 신부: 네 그렇지요! 세상에서 사람다운 사람, 쓸모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이기심으로 꽉 차 있는 사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 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 줄 모르는 사람, 이런 사람을 쓸모 있는 사람,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쓸모 있는 사람이란, 관점에 따라 달리 말할 수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자기 자신에 갇혀 있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서 세상과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삶을 사는 것을 존재지향적인 삶이라고 했습니다. 존재지향적인 삶을 사는 사람처럼,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욕심으로부터 벗어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작은 생각이나 지식, 닫힌 생각이나 지식에서도 벗어나 있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비어 있고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비어 있어야 나와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마음이 비어있고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타인의 얼굴이 나에게 보이고 타인의 고통과 하소연이 내 귀에 들릴 수 있고 측은지심이 작동되어 자비의 손길을 내밀게 됩니다. ()가 지닌 또 하나의 큰 쓰임새는, 인간 자신을 어디에도 현혹되지 않는 맑고 고요함()의 경지에 이르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방송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진행자: , 오늘은 왜 우리는 비워야 하는가?” 그 궁극적인 이유를 도덕경을 통해서 살펴봤습니다.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지금까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했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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