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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도의 길에서 만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3-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4/10 16:39

ⓒ'장자의 빈 배 이야기처럼 자신을 비우고 인생의 강을 건너가자',
천주교광주대교구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410(), 오후 205220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 -


도의 길에서 만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3-1)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이 시간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그동안 이 시간을 통해서 도에 이르기 위한 길인 도덕경의 지식()과 욕망에 대한 비움 사상을 알아 봤습니다. 그리고 도덕경 사상과 유사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사상도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요, 접해보지 않았던 내용이라 조금은 어렵지만 다시듣기와 또 글로도 천천히 음미해볼 수 있어서 이 시간을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기다려주고 계십니다. 특히 에크하르트의 비움 사상에 대해서 새롭게 알 수 있어서 좋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김권일 신부: 에크하르트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 안에서 신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욕망과 지식과 그리고 소유한 것을 비우라고 가르칩니다. 그가 평생을 통해 가르쳤던 것은, 버리고 떠나 있음(Abgeschiedenheit) 또는 놓아 버림(Gelassenheit)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비움입니다. 에크하르트는 집착과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인의 경지를 가난한 사람이라는 개념으로써 묘사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 것도 알지 않고, 그리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사람, 그가 가난한 사람이다.” 지난 시간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비움 사상 가운데서 지식()에 대한 가난(비움)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비움에 대한 가르침 가운데 욕망(또는 의지)과 소유한 것에 대한 가난(비움)을 살펴 볼 것입니다.


 


진행자: 욕망(의지)과 소유한 것에 대한 가난,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됩니다.

 



김권일 신부: 이러한 에크하르트의 가르침을 살펴보기에 앞서서, 지난 시간에 미처 언급하지 못했던 도덕경의 비움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바와 같이, 도덕경의 무욕에 대한 가르침은 인간 욕망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이 아니라 지나치고 헛된 욕망을 덜어내고 비우라는 주장입니다. 지나치고 헛된 욕망은 우리의 본성을 훼손하고 우리의 정신을 망가뜨려 우리 자신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미투(Me Too) 운동은 욕망으로 망가진 인간의 추한 모습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고 헛된 욕망은 사회적인 투쟁과 혼란을 야기 시킵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손에 쥐고자하는 헛된 욕망 때문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히틀러나 캄보디아의 폴 포트와 같은 통치자들의 욕망 때문에 전쟁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엄청난 살상들이 발생했습니다. 도가의 경전 가운데 하나인 장자의 산목 편을 보면, 비움을 상징하는 빈 배(虛船)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배로 강을 건너는데 다른 빈 배 하나가 떠내려 와서 자기 배에 부딪쳤다면 아무리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떠내려 오던 배에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 타고 있다면 당장 소리치며 피하거나 물러가라고 할 것입니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치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결국 세 번째 소리치는데, 그 땐 반드시 욕설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조금 전에는 화를 내지 않고 지금은 화를 내는 것은, 조금 전에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가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 자신을 비워서 세상에 처할 수 있다면 무엇이 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겠습니까?


 


진행자: 장자의 빈 배 이야기! 매우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장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울림이 있는 가르침이네요.


 


김권일 신부: , 그렇습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비우고 처신할 수 있다면, 많은 경우에 다툼과 갈등의 요인이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부드러워지고 편견에 사로잡힌 눈이 치유될 것입니다. 다른 곳으로 흐르지 못한 채 고여 있는 물은 썩게 되듯이, 쌓아놓고 채우기만 할 뿐 덜어내지 않고 비우지 못하고 산다면 사람도 썩고 병들어 갑니다. 제가 쓴 책 내 마음의 도덕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대목은 진행자님이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진행자: 사람들은 흔히 숲을 바라보게 될 때 빽빽이 서있는 나무에 환호하고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무들이 자라나기 이전 지금의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에 먼저 빈터가 있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빈터가 있었기에 그 자리에 생명의 씨앗들이 떨어져 이것들이 자라나 큰 숲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숲을 가능하게 해주고 숲을 나아준 자궁과 같은 빈터는, 자신이 길러낸 빈터에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감추어 버린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빈터를 미처 생 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무와 같은 빈터는 숲의 있음을 산출해 내고 있다.


 


김권일 신부: 방금 소개한 내용은 제가 철학을 가르치면서 신학교에서 살고 있을 때, 늘 사색하면서 걸었던 숲길이 저에게 알려준 생각입니다. 숲과 공기와 계곡을 흐르는 물과 같은 자연과 교감을 나누며 친자연적인 삶을 살다보면, 자연 사물들이 우리 자신에게 깨우침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 빈터, 빈 공간, 비움은 아무 가치가 없는 듯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새롭게 하고 생명을 낳게 하는 큰 바탕이 되어줍니다. 비우면 새롭게 됩니다. 가득 차 있는 옹달샘 물을 퍼내고 비우면 금방 새로운 물이 솟아나옵니다. 새하얀 갓털의 모습으로 변한 민들레의 씨방을 보십시오.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민들레는 싱싱한 자신의 모습을 비우고 새하얀 갓털의 모습으로 변하여 바람에 날려 새로운 땅에 착지되기를 기다립니다. , 빈터, 빈 공간, 비움은 또한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을 쓸모 있게 하는 큰 바탕이 되어 줄 때가 많습니다. 음악가 모차르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음악은 음표 안에 있지 않고 음표와 음표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 안에 있다.” 음표와 음표 사이의 무와 같은 침묵 안에 음악이 들어 있다는 모차르트의 통찰과 그리고 빈터가 숲을 산출해 낸다는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비어 있음, 침묵, 빈 공간 등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진행자님, 우리 인생을 사려 깊게 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바탕은 무엇일까요?


 


진행자: 아무 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와 같은 상태일까요?


 


김권일 신부: 그것은 침묵과 비움입니다. 침묵과 고요함은 우리의 생각과 영성이 깊어지고 자라게 합니다. 위대한 사상과 깊은 영성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시끄럽게 떠드는 가운데서 결코 나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비움은 우리 자신이 작은 생각과 헛된 욕망에 휘둘리지 않게 해줍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의 가장 큰 바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보이지 않는 무입니다. 도덕경으로 말하면 그건 없이 있는 도이며, 그리스도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생의 가장 큰 바탕은 없이 계신 하느님입니다. 라는 무가, 하느님이라는 무가 작용하고 있기에 모든 것이 살아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의 관점에서 보자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이끄심과 섭리하심이 우리 인생의 가장 큰 바탕입니다. 인간적인 방식으로만 사는 인생살이가 아니라, 인간 자신의 생각과 욕심을 하나씩 내려놓고 하느님의 이끄심에 내맡기고 그 이끄심에 순응하며 사는 삶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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