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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위령성월 특집 인터뷰 ‘세월의 지혜’(2)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0000/00/00 00:00

ⓒ 예수회 한국관구장 정제천 신부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


방송시간: 1113(), 오후 235250


방송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위령성월 특집 인터뷰 세월의 지혜’(2)


 


진행자: 책에는 세계 각국에서 80여 명의 노인들의 지혜를 담았다고 하셨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제천 신부: 노르웨이의 구리 릭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구리가 한 10살 쯤 되었을 때 할머니와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환갑쯤 된 할머니에게 죽음이 두렵지 않냐고 물었답니다. 그냥 읽어보겠습니다.


 


할머니는 나를 보시더니 혼자서 조금 웃으면서 잠시 생각하셨다. 그리고 니다로스 대성당 안에 들어가 봤니?” 하고 물었다. 물론 가 봤다고 했다. //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봤니?” 할머니가 물었다. 우리는 창문이 온통 밝은 색깔로 아름다웠다고 동의했다. 우리는 빛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서 빛나지 않으면 그 창문들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했다. 색깔이 없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회색으로 보일 지도 모른다. // “인생도 그렇단다.” 할머니가 말했다. “죽음이 그 뒤에서 비추어주지 않으면 생명은 그 색깔들을 잃고 말 거야.” // 그 이후로 나는 죽음은 생명을 반짝이게 하는 피안의 불빛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다.


 


이 이야기를 읽은 교황님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죽음은 어둡고 우울하고 칙칙하다고 생각하는데, 구리의 할머니가 다른 것을 구리에게 가르쳐 주었다는 겁니다. 빛이요 희망이자, 내세에서 새 빛을 가져다주는 열린 통로로 바라보게 해준 것입니다. 저 건너에서 오는 빛으로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이미지를 보는 것으로 체험하게 했지요. 죽음은 우리가 희망에서 오는 빛을 통해 오늘을 보게끔 도와준다고 하셨습니다.


 


진행자: 신부님께서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80여명의 어르신들을 글로써 만나셨을텐데요, 신부님이 젊은 시절 만난 어르신들도 생각나셨을 것 같아요?


 


정제천 신부: , 그렇습니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와 한 이불을 덮고 자곤 했습니다. 그때 잠들기 전에 옛 이야기를 도란도란 해주셨던 일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에 들어갈 때에 재수를 했는데요, 첫 번째 대학 시험에 떨어지고 서울에서 야간 열차를 타고 광주로 내려올 때 일이 생각납니다. 승객들이 빼곡하게 들이차서 한 자리에 세 사람씩 앉곤 했어요. 당시에는 열차에서 낯선 승객끼리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았지요. 제 앞에 앉아있던 어르신과 대화를 하면서 제 사정을 이실직고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이봐, 젊은이, 너무 상심하지 말게. 인생은 춘난추국이라네. 모든 게 때가 있어.”라고 하시는 거였어요. 춘난추국, 봄 춘, 난초 난, 가을 추, 국화 국. 봄에 난초가 피고, 가을에 국화가 핀다, 곧 모든 일에는 제 때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공부해서 내년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용기를 북돋워주시는 겁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이름도 모르는 그 어르신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진행자: 신부님께서 어르신에게 들은 이야기로 다시 한 번 힘을 내셨던 것처럼 이제는 신부님께서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해줄 수 있는 나이가 되셨는데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정제천 신부: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나와 친구가 되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어느 날 어른 신부님과 식탁 대화를 했습니다. 자네 몇 살인가? 저는, 마흔입니다. 이 나이에 아직도 학생이에요. 하면서 자조 섞인 대답을 했어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 신부님이 저에게 그러시더군요. , 한창 때구만.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 아닌가!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봐. 하셨어요.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3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와 대화를 한다면 뭐라고 해주겠는가? 지금 이 신부님처럼 말해주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제 나이는 60이 넘었습니다. 마흔 살의 저에게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흔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과거의 나, 세상 사람들이 보고 말하는 나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하고 결정한다면 좀 더 자유롭고 나다운 결정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진행자: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도 있는데요, 어른답게 나이든다는 것은 뭘까요?


 


정제천 신부: 꼰대가 되지 않아야 하는데, 저도 걱정입니다. 세상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하느님 앞에 선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늘 어린이로 살고 싶어요. 어린이는 배우는 사람이지요. 경험에서 배우고, 동료들과 젊은이들에게서 배우고, 삶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우는 겁니다. 늘 배우는 자세로 살고 싶습니다.


 


진행자: 오늘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위령성월에 이 책을 읽는다면 남은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지혜로워질 것 같습니다. 세월의 지혜~!! 특히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으신지요?


 


정제천 신부: 이 책을 젊은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데, 사실은 나이든 분들이 더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나이든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신이 살아온 삶의 조각들이 전체 큰 그림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등에 관심이 생기지요. 어른들이 지혜롭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지혜의 원천이 되겠지요. 그 지혜를 젊은이들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는 인생의 만화경이 담겨 있어요. 사랑과 죽음, 노동, 희망을 세상 다양한 사람들의 눈으로 보게 해줍니다. 모든 것을 다 내 것으로 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여기에서 내게 꼭 맞는 지혜를 찾을 수도 있어요. 교황님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진행자: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도 늘 젊은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많은 행사에도 함께 하시고 또 희망을 주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젊은이들과 어르신들의 동맹을 위해서 우리 사회와 교회에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제천 신부: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의 동맹은 교종께서 꿈꾸시는 세상이기도 하지요.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이 살기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동맹 이전에 젊은이들이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경쟁사회에서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 공동체를 통해서 개인이 지지와 격려를 받는 문화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위령성월에 우리가 꼭 간직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정제천 신부: 앞서 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꿈을 기억하는 달이지요. 앞에서 예를 들면서 말씀드렸지만, 죽음은 어둠만이 아닙니다. 죽음을 우리 삶에서 분리해서는 뜻이 없어져요. 마치 숫자 0처럼 말이지요. 죽음은 삶과 나란히 있을 때에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확장시켜줍니다. 1 옆에 0이 붙으면 10이 되고, 4 옆에 0이 붙으면 40이 되지요. 그처럼 우리 삶의 곁에 죽음이 있을 때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겠는지를 의식하면서 살게 됩니다. 친지, 친구들의 죽음, 그리고 미래에 틀림없이 올 나 자신의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위령성월이 되기를 빕니다.


 


진행자: 노인과 젊은이의 친교가 담긴 프란치스코 교종의 책 세월의 지혜를 번역한 예수회 한국관구장 정제천 신부님과 이 시간 함께했습니다.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방송듣기로 이어집니다. 
https://bit.ly/2Xecj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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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11-13 17:36:28     최종수정일 : 0000-00-0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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