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bc 광주가톨릭평화방송

교회뉴스

홈 > 프로그램 > 교회뉴스
글 내용 보기 폼
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내세우지 않고 물러섬'(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7/31 17:09

ⓒ 아름답게 물러나신 두봉 주교님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


방송시간: 731(), 오후 205220


방송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


내세우지 않고 물러섬”(1)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이 시간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신부님,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지 매우 궁금합니다.


 


김권일 신부: . 오늘날 우리 시대는 무한 경쟁의 시대며 적자생존의 시대입니다. 서로가 앞서고자하고 서로가 자기를 내세우고자 하는데, 이와는 반대의 태도인 물러섬에 대한 도덕경의 가르침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성적을 위해서, 대학을 위해서, 직장을 위해서, 승진을 위해서, 그리고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끝없이 경쟁해야 하고 동분서주해야 하는 사회구조 속에 살아갑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우리 사회에 전망을 제시해줄 대학은 점점 그 순수한 본질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전문지식 습득 외에도 인격을 닦고 세상과 인생의 문제를 건강하게 고민할 따뜻한 마음과 통찰력을 길러주고 동시에 창의력을 개발시켜주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은 위기지학을 추구하기 보다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위인지학을 추구하는 곳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진행자: 신부님!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이 무엇인가요?


 


김권일 신부: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논어에 그 근거를 두고 발전한 개념입니다. 논어헌문 편을 보면, “옛날에 배우는 사람들은 자기를 완성하기 위해 공부했고, 오늘날 배우는 사람들은 남에게 잘 보여 인정받기 위해 공부한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위기지학爲己之學은 자신을 닦고 완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문을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위인지학爲人之學은 자신의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서 명예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문을 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본연의 모습을 잃고 위인지학의 길을 가고 있는 오늘날 대학은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논리 속에서 오로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가야할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무한 경쟁과 적자생존을 부추기는 현실 안에서 물러섬, 양보, 배려 이러한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도덕경저자는 다툼이 없고 모두가 존중받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 사회도 경쟁만 부추기고 최고만 중시하는 사회 그리하여 나만 혼자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잘살고 함께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도덕경은 나만 먹고살고 나만 존중받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먹고살고 다른 사람들도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공과 자신이 차지할 이익과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꿈꿉니다. 도덕경은 여러 대목에서, 사람들이 욕심을 앞세우지 않고 서로 다투지 않는 세상을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뒤로 물리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공이 이루어져도 자기가 한 것이라고 뽐내지 않는다”(2), “공이 이루어지면 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다”(9)라고 말하고 있는 도덕경저자는, 67장에서도 앞에 나서려 하지 않음을 자신의 세 가지 보물 가운데 하나로 소개합니다. 자애로움, 검소함, 앞에 나서려 하지 않음이 바로 도덕경이 말하는 세 가지 보물입니다. 이 세 가지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내 마음의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검소하되 자애롭지 못하다면, 다른 이의 고통이나 궁핍함에 인색한 사람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자애롭되 검소하지 않는다면, 쉽게 풍족함과 안락함에 매몰되어 타인을 넉넉하게 해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줄이게 될 것이다. 자애로움과 검소함을 갖추고 있으나 자신을 앞세우고 드러내기를 좋아 한다면, 그의 공로는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또한 자애로움과 검소함의 장점들이 점차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도덕경7장은 인간 자기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뒤로 물리게 될 때,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자신을 이룰 수 있음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도를 체득한 성인은 자신을 뒤에 두기에 앞서게 되고, 자신을 버리기에 자신을 보존하게 된다. 이는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오히려 그 자신을 이룰 수 있다.”

 



이 대목을 두고 중국 한나라 때 하상공(河上公)은 이렇게 풀이합니다. “남을 앞세우고 자신을 뒤로 하는 사람은, 천하의 사람들이 이를 존경하며 우두머리로 삼는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가진 것이 더 많거나 누려온 혜택이 더 많은 사람은 시의적절할 때에 물러날 줄 알아야합니다. 집착하지 않고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고향처럼 포근하고 생기가 넘치는 사회입니다. 내가 물러난 빈자리는 변화와 새로움을 가져다주고 다른 사람을 살리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논어에 보면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뒤로 물리고 남을 앞서게 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덕입니다. 이러한 덕을 실천하여 자신을 뒤로 물렸지만, 자신을 뒤로 하는 덕 때문에 사람들이 감화되고 감화된 사람들에 의해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높여집니다. 신약성경에도 도덕경과 유사한 가르침이 나옵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마태23, 11-12) 자기 자신의 이익과 명예보다는 타인의 이익과 명예를 먼저 챙기고 자기 자신을 뒤로 물리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다투지 않고 더불어 살기 위해서 추구해야할 소중한 덕입니다. 바이올린의 목재로 쓰이는 고산 지대의 가문비나무는 어둠 속에 놓인 마르고 죽은 가지를 스스로 떠군다고 합니다. 그렇게 죽은 가지를 떨쳐낸 자리에서 울림의 진수는 생겨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를 뒤로 하고 자기를 버리는 사람은, 좋은 악기처럼 울림이 있는 사람이 되어 갑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하여 택하신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물러남입니다. 신학자 발터 카스퍼(Walter Casper)는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뒤로 물리신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유사하게 설명합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자비와 생명이 그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시려고 당신 자신을 뒤로 물리십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이심을 뒤로 물리시고 사람이 되셨습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 그분은 심지어 당신 자신에게 반대되는 일까지도 하십니다. 하느님은 생명자체이십니다. 생명 중의 생명이십니다. 생명의 반대는 죽음입니다. 생명자체이신 그분은 자신에게 반대되는 일인 죽음까지도 받아들이시고 죽음의 영향력 아래 놓이십니다. 그러나 죽음은 생명자체이신 하느님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잠시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하느님의 물러나심은 인간에 대한 자비와 사랑의 극진한 표현입니다. 인간인 우리 자신들도 다른 이들을 위하여 자신을 뒤로 함으로써 자비와 사랑을 드러내게 될 때 더 큰 자기를 이루게 됩니다. 마르틴 루터의 식탁어록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 마리의 산양이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났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산양은 원래 뒷걸음질 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리가 좁으니 스쳐지나갈 수도 없습니다. 부딪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으나 그렇게 하면 두 마리 모두 냇물로 떨어지고 맙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타고난 본성은 이 산양들에게 한쪽은 무릎을 꿇고 엎드리게 하고 다른 한쪽이 그를 뛰어넘어 건너도록 했습니다. 무한경쟁만을 추구하지 말고, 사람들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 산양과 같이 자기를 타고 넘을 수 있게 자신을 뒤로 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일까요? 자신을 뒤로 물리고 양보하는 삶은 상생의 길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끝까지 고집하고 자신만을 내세우는 길은 자기 세계에 갇혀있는 길이며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죽음의 길입니다.


 


<저작권자(c)광주평화방송,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지면관계로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bit.ly/2KegLVt

 

연번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파일
405 광주남구장애인복지관, 추석맞이 노래자랑 ‘2019 나도 가수다’ 개최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9 90
404 <R><순교자성월 연속보도-4>‘순교자성월에 떠나는 교구 순교성지’-영광순교자기념성당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6 63
403 천주교광주대교구 생명운동본부-전남정신건강센터 MOU 체결...‘생명존중문화 확산’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6 128
402 주교회의, 교황 방한 124위 시복 기념 나전칠화 교황청에 기증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5 157
401 천주교광주대교구, 내일(6일)화순전대병원 경당 축복식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5 175
400 이현주 동화작가 오는 25일 ‘치유의 인문학’ 강연...‘지금 여기에서의 삶’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5 62
399 광주대교구 염주동성당, '생태영성을 공부하는 사람들 '모임 결성..."생태영성 실천 운동 펼칠 것&quo..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4 150
398 <선교> '세계 가톨릭과 한국 가톨릭 소식'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5 46 -
397 <R><순교자성월 연속보도-3>‘순교자성월에 떠나는 교구 순교성지’-곡성 성당내 감옥터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5 43
396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유리처럼 쉽게 깨질 수 있는 생각을 지녀라'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4 364 -
395 ‘미혼모 쉼터’ 목포 성모의집, 3일 기공식 열려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3 113
394 <R><순교자성월 연속보도-2>‘순교자성월에 떠나는 교구 순교성지’-나주 무학당 순교성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3 58
393 <선교> 어느 교리교사가 안내하는 전례상식-‘미사보 및 미사 전 주례사제의 기도'(2)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3 74 -
392 <선교> 어느 교리교사가 안내하는 전례상식-‘미사보 및 미사 전 주례사제의 기도'(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3 50 -
391 <R><순교자성월 연속보도-1>‘순교자성월에 떠나는 교구 순교성지’-순교자성월 의미와 광주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2 96
390 <선교> '나주무학당순교성지 순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09/02 91 -
[처음] [이전5] [1] 2 [3] [4] [5] [다음5]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