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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부드러움의 미학"(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6/12 16:00

ⓒ 따뜻한 손길을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


방송시간: 612(), 오후 205220


방송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부드러움의 미학”(1)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이 시간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신부님,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김권일 신부: 오늘은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하이터치(High Touch)와 부드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도덕경저자가 살았던 시대는 전쟁이 빈번한 시대였습니다. 넓은 영토와 많은 백성을 가지고자 하는 욕심에 사로잡힌 통치자들은 강한 군대와 무력을 추구했습니다. 강한 군대와 무력끼리의 충돌은 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고통에 몰아넣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맞서서 도덕경저자는 부드러움과 연약함의 가치를 말하고 적은 인구로 구성된 작은 나라를 꿈꿉니다. 도덕경저자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부드러움과 연약함의 가치를 언급합니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36), “되돌아감은 도의 움직임이고 약함은 도의 쓰임새다”(40), “세상에서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을 이긴다”(43),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여린 것이 없다. 그러나 단단하고 강한 것을 물리치는 데 있어서 물을 대신할 것은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는 사실을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78) 이러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도덕경저자는 힘과 강함이 판치는 세상에서 부드러움을 새로운 가치로 내세웁니다.

 



진행자: 도덕경저자가 살았던 시대는 강함이 판치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신부님, 현대는 어떠한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까?


 


김권일 신부: 잠시 여기에 대한 마르틴 하이데거의 생각을 살펴보겠습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현대를 기술과학이 지배하는 시대로 보았고, 기술과학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현대 기술과학은 인간을 비롯한 자연과 모든 것을 하나의 부품’Bestand으로 몰아세웁니다. 때문에 현대 기술과학 문명의 지배 안에 있는 모든 존재물은 그 고유성을 상실합니다. 시인들이 노래하고 연인들이 낭만을 즐기던 강은 강으로서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고 수력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하나의 부품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대지는 대지로서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고 광물을 채집하는 하나의 채광장이라는 기술과학의 요구에 부응하는 부품으로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현대기술과학의 눈으로 볼 때, 모든 존재물은 현대기술과학의 도발적 요청에 언제든지 즉각 응답하는 존재로서만 그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존재물의 모습을 하이데거는 부품이라는 말로 칭합니다. 현대에서는 인간마저도 기술적 요청에 응답하는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해 갑니다. 부품의 극단적 모습이 바로 다 쓰면 즉각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대체품(일회용품)입니다. 이러한 기술과학의 문제점을 인식한 하이데거는 현대 기술과학 문명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삶이 필요하고, 존재 체험을 통한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하이데거의 지적과 유사하게,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도 최첨단 기술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그 기술에 의해 중독되어 가는 현대인의 문제점을 말합니다. 존 나이스비트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문명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를 하이테크(High Tech) 시대라고 칭합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휴대폰, 컴퓨터, 인터넷, , 메모리 칩, 전자카드, TV, 고속전철, 로봇 등이 하이테크가 가져다 준 결과물입니다. 현대인들은 고도로 발달된 기술문명이 제공해 주는 편리함과 빠른 속도에 열광하며 점점 하이테크에 중독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른이나 아이 상관없이 스마트폰에 빠져있거나 닌텐도와 같은 전자 게임에 중독되어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보지 않더라도 TV를 켜놓고 있어야 하고, 잠들기 전에 반드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려야 잠을 자게 되는 현대인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존 나이스비트에 따르면, 현대는 하이테크가 지닌 중독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하이터치(High Touch)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진행자: 신부님, 존 나이스비트 말한 하이터치란 무슨 말인가요?

 



김권일 신부: 하이터치란 인간미가 있는 접촉, 감성적인 접근, 다정한 만남,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루만짐, 정감어린 대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테크 시대인 현대는 최첨단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달콤함에 빠져들기 쉬운 시대입니다. 또한 속도를 요구하고 무한 경쟁을 유발시키고 있는 하이테크 시대인 현대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없게 하는 시대입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호젓한 숲길이나 강가를 산책할 여유도 없습니다. 모처럼 내리는 반가운 비를 바라보며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들어볼 여유는 더욱 더 없습니다. 그칠 줄 모르는 경쟁과 속도감에 지친 사람들은 그 내면에서 느린 삶의 형태가 가져다줄 수 있는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슬로우 시티(Slow City)를 말하고 패스트 푸드(fast food) 대신 슬로우 푸드(slow food)를 말하며 힐링(Healing)을 말합니다. 이러한 현대인들은 존 나이스비트가 말하는 하이터치를 갈망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현대는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하이터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병원의 의료 시설이 아무리 고도의 기술로 질 좋은 치료를 제공해준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내가 누워 있는 병상에 찾아와서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는 하이터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이테크만 있고 하이터치가 없는 생활은 인간을 괴짜가 되게 합니다. 그래서 거칠고 자기 위주로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진행자님, 소설가 김훈을 아시지요?

 



진행자: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설 칼의 노래를 쓴 작가가 아닌가요?


 


김권일 신부: 네 맞습니다. 얼마 전에 하회마을에서 있었던 2019년 인문학 특강에서 소설가 김훈은 우리 사회의 현 모습을 이렇게 비판했다합니다. "우리 사회는 악다구니와 쌍소리, 욕지거리로 날이 지고 샌다. 몇 년째다.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어진 세상이랄까세상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왜 떠들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게 됐다.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이다. 우리 사회의 모두가 혓바닥을 너무 빨리 놀린다. 다들 혀를 놀리는데, 그 혀가 생각을 경유해 나오지 않았고 혀가 날뛰도록 두는 사회로 전락했으니. 네가 나한테 침을 뱉으면 나는 가래침을 뱉는 세상, 이런 나라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이러한 우리 시대는 하이테크(최첨단기술)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하이터치도 함께 말해야합니다. 경제와 과학기술만 말하는 사회적 풍토는 사라지고 인간의 심성을 이야기하고 인문학적 사유를 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복음서를 보면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따뜻한 손길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그러한 손길을 현대인들은 원합니다. 예수님은 말합니다.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마태 10,19)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 10,20) 내 안에서 말씀하시는 성령의 힘으로 감화되어 온유하고 따뜻한 태도로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바로 현대인들을 위한 복음 전파의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덕경은 가장 좋은 것은 부드럽고 고정된 모양이 없으며 아래로 흐르는 물과 같다고 말합니다. 무한 경쟁 구도에서 현대인들은 지쳐 있고 마음이 병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하이터치입니다. 부드러움과 연약함의 가치를 여러 대목에서 말하는 도덕경은 또한 제76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몸이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빳빳해진다. 초목이 자랄 때에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으면 말라비틀어진다. 그러므로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연약한 것은 살아 있는 무리이다. 그러므로 군대가 강하기만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면 꺾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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