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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지거쾨더의 세족례와 화광동진의 삶”(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5/15 17:47

ⓒ 지거쾨더의 세족례를 그린 최샘빛님의 작품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515(), 오후 205220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지거쾨더의 세족례와 화광동진의 삶”(1)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이 시간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신부님,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함께하나요?


 


김권일 신부: 오늘은 도덕경이 말하는 화광동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진행자님 혹시 독일 출신의 종교화가 지거 쾨더 신부님(Sieger Kőder, 1925-2015) 아십니까?

 



진행자: ! 성화를 자주 접하면서 지거 쾨더 신부님의 작품을 많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김권일 신부: 성경의 핵심적인 메시지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종교화가 지거 쾨더 신부님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 봅니다. 지거 쾨더 신부님이 그린 그림 중에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장면을 묘사한 <세족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이야기는 다른 복음서에는 없고 오직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내용입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13,14)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요한복음저자는 세족례가 전하는 메시지를 드러내 줍니다. 요한복음이 전하는 세족례 이야기를 읽고 묵상하여 그린 그림이 지거 쾨더 신부님의 <세족례>입니다.

 



진행자: 신부님, 지거 쾨더 신부님이 그린 <세족례>를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김권일 신부: . 그림 <세족례>는 베드로가 키 작은 의자에 앉아서 대야에 발을 담그고 있고, 그 앞에서 예수님은 무릎을 꿇고 몸을 굽혀서 베드로의 발을 닦아주시려고 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그림에서는 베드로가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을 받아들이기 매우 송구스러워 거부의 손짓을 하고 있는데, 강한 거부를 나타내기 위해 왼손이 비교적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저의 관점에서 볼 때, 이 그림의 핵심 부분은 대야의 물에 비친 예수님의 얼굴과 베드로의 발이 온전히 겹쳐 있는 장면입니다. 베드로의 발이 담긴 대야의 물 위로 무릎을 꿇고 몸을 구부리고 있는 예수님의 얼굴이, 물에 반사되어 나타나도록 표현한 장면이 저에게는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진행자: 물에 비친 예수님의 얼굴이 대야 속에 있는 베드로의 발과 온전히 겹쳐져 있는 장면에는 무슨 의미가 숨어 있을까요?

 



김권일 신부: 예수님 시대에 발을 씻어주는 일은 종이나 노예의 몫이었습니다. 발은 사람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낮은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악취가 나고 더럽게 느껴지는 부위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더러운 발을 씻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야 합니다.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악취가 나는 다른 사람의 발을 씻는다는 것은, 자기를 내려놓고 겸손한 모습으로 그리고 정성을 기울여 상대를 섬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자기에 대한 집착이나 우월감을 내려놓지 않으면, 겸손한 마음으로 타인을 존중하고 섬길 수 없습니다. 자신을 놓아버리고 비우지 못할 때, 우리는 악취 나는 발과 같이 꺼려지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섬김의 삶을 실천할 수 없습니다. 지거 쾨더 신부님은 <세족례> 그림에서 대야의 물에 비친 예수님의 얼굴이 대야 속에 있는 베드로의 발과 온전히 겹쳐지게 표현함으로써, 예수님의 삶이 화광동진의 삶임을 드러내 줍니다. 얼굴은 한 사람을 대표합니다. 예수님의 얼굴이 신체 부위에서 가장 낮은 더러운 발과 겹쳐있다는 것은, 예수님이 가장 비천한 이와 함께 하는 존재라는 표현입니다. 모두가 외면하는 죄인들과 나병환자, 장애자들, 악령들린 사람, 과부, 정신병자, 가난한 이들, 이러한 작은 자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함께 하셨던 예수님의 삶은 화광동진의 삶이었습니다. 화광동진은 도덕경의 표현입니다.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원융무애의 삶입니다.

 



진행자: 신부님, 화광동진이라는 사자성어가 도덕경에서 유래하는지 이제 알았어요! 그 뜻이 아주 궁금하군요!


 


김권일 신부: 진행자님! 소박, 대기만성, 상선약수, 불언지교, 이런 말들 들어 보셨지요?

 



진행자: . 들어본 기억이 나는군요.

 



김권일 신부: 모두 다 도덕경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화광동진도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말입니다. 화광동진和光同塵도덕경56장의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입니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그 구멍을 막고 그 문을 폐쇄하며, 그 날카로움을 꺾고, 그 얽힘을 풀며, 그 빛을 누그러뜨리고, 그 먼지와 함께한다. 이를 일러 현동玄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가까이 할 수도 없고 멀리할 수도 없으며, 이롭게 할 수도 없고 해롭게 할 수도 없으며, 귀하게 여길 수도 없고 천하게 여길 수도 없으니, 그러므로 천하의 귀한 것이 된다.”


 


방금 소개한 도덕경본문에 나오는 그 구멍을 막고 그 문을 폐쇄한다는 말은, 눈과 귀와 같은 감각기관의 활동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에로 침잠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날카로움을 꺾는다는 말은, 분별심에 의해 사물을 날카롭게 구분하고 차별화하려는 태도를 버린다는 뜻입니다. “그 얽힘을 푼다는 것은 잡념과 분심에 얽힌 마음을 털어버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사자성어 화광동진과 관련된 대목이 나옵니다. 그 빛을 누그러뜨리고(화기광和其光)”, “그 먼지와 함께한다(동기진同其塵)”는 대목에서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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