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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다름을 받아들이는 품격과 멋"(2)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5/08 16:18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58(), 오후 205220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다름을 받아들이는 품격과 멋”(2)


 


김권일 신부: 도덕경45장은, 아주 잘 이루어진 것과 모자람, 크게 가득 찬 것과 비어 있음, 아주 곧은 것과 굽은 것, 큰 솜씨와 서투름, 뛰어난 말재주와 어눌함 등과 같이 서로 모순되는 것끼리의 조화를 다음과 같은 말하고 있습니다.


 


아주 잘 이루어진 것은 흠이 있고 모자란 듯하지만, 그 쓰임은 다함이 없다. 크게 가득 찬 것은 빈 듯하지만, 그 쓰임은 다함이 없다. 아주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큰 솜씨는 마치 서투른 듯하고, 뛰어난 말재주는 어눌한 듯하다.”

 



아주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큰 솜씨는 마치 서투른 듯하고, 뛰어난 말재주는 어눌한 듯하다.”와 같은 주장은 형식논리학이 말하는 모순율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서로 모순이 되는 요소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모순율입니다. 이분법적이고 분별적인 생각의 틀 안에서는 모순율의 적용이 가능하겠지만 이를 넘어서는 도덕경사유의 세계에서는 모순율이 무의미합니다. 도덕경45장에 나오는 모자람, 비어있음, 굽음, 서투름, 어눌함, 이 모든 것들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와 생각에서 배척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덕경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들을 넘어서서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통전적인 사유 안에서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쓸모없음의 큰 쓰임無用之大用을 말하는 장자의 지혜로운 생각처럼, 도덕경은 모자람과 서투름 속에 쓸모 있음과 아름다움의 흔적을 담아 놓고 있습니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다음의 글 또한 도덕경45장처럼 포괄적인 사유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내와 못은 더러운 진흙과 흙탕물을 용납하고, 산림은 해충과 맹수를 품고 있고, 아름다운 옥은 티를 숨기고 있고, 나라의 임금은 치욕을 끌어안으니, 이것이 자연의 도이다.”

 



풀이 난 곳이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야생초 가운데 개망초가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개망초 꽃이 예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크고 화려한 꽃보다 이름 없는 수수한 꽃들이 더 예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사람도 순박하고 단순한 사람이 더 정겹고 예쁘게 느껴집니다. “과연 무엇이 아름다움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사물 안에 깃들어 있는 어떤 요소인가? 아니면 사물의 꼴과 깔이 보여주는 것과는 무관한 내 자신만의 정감어린 반응인가? 아니면 아름다움이란 사물과 사물을 바라보는 나와의 관계성 안에서 산출 되는 것인가?” 이러한 물음들을 잠시 던져봅니다. 방금 던진 물음들은 미학의 단골 메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물과 나와의 관계성 안에서 산출되는 것이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치 사랑이 나와 너와의 관계 안에서 발생하듯이 말입니다.


 


진행자: 신부님, 도덕경은 가장 좋은 아름다움과 품격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있나요?

 



김권일 신부: 도덕경사상에 따르면, 치밀하게 잘 짜져서 틈새나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그러한 모습 안에는 최상의 아름다움이 깃들일 수 없습니다. 최상의 아름다움은, 반듯하고 곧고 꽉 찬 곳에서가 아니라 잘 이루어져 있으나 약간은 느슨하고 서툰 듯한 여백이 있어서 본래의 모습이 훼손되지 않는 그러한 곳에서 드러납니다. 잘 이루어진 것이 모자람을 품고 있는 형국은, 유와 무가 늘 서로를 형성해 주는 모습과 같습니다. 모자란 듯하나 잘 이루어져 있어 그 모자란 면을 감싸주고, 잘 이루어진 것 같지만 모자란 듯하여 항상 새롭게 보이므로 그 쓰임에는 끝이 없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최상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내는 연못이 더러운 진흙을 품고 있듯이, 모자람을 품고 있는 멋, 흠을 거부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품고 있는 멋, 서투른 듯 보이는 큰 솜씨, 아주 곧은 것은 굽은 듯 하는 품격, 이것이 바로 도덕경이 추구하는 최고의 멋이며 최상의 품격입니다. 오스트리아 화가 훈데르트바서는 직선에는 하느님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직선이란 무엇일까요? 우회를 용납하지 않는 완고함, 다른 사람을 살필 줄 모르고 앞만 향해 달려가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러나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직선이 아닙니다. 작도하듯 그어진 완벽한 직선에는 하느님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마음이 없습니다.”

 



당송팔대가에 속한 송나라 때의 소철蘇轍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우리가 살펴본 도덕경45장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천하는 모자람이 없어야 다 이루어졌다고 하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에 반드시 폐단이 있고, 비어 있지 않아야 가득 찼다고 하기 때문에 가득 찬 것에 반드시 막다름이 있다. 성인은 크게 이루고자 하여 그 자잘한 흠에 신경 쓰지 않으며, 크게 가득 찬 것을 도모하되 그 비어 있음을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이루는 것에 폐단이 없고, 그 가득 찬 것에 막다름이 없다. 곧기만 하여 구부러짐이 없다면 그 곧음은 반드시 부러진다. 천리에 따라 행하면 비록 구부러짐이 있더라도 그것이 곧은 것이다. 솜씨가 좋아서 서투름이 없다면 그 솜씨는 반드시 고생스럽다. 사물에 본래 그대로의 모습을 부여한다면 비록 서투름이 있더라도 그것이 솜씨 있는 것이다. 말재주가 있되 어눌하지 않으면 그 말 재주에는 반드시 막힘이 있게 된다. 순리에 따라 말을 하면 비록 어눌할지라도 그것이 말 잘하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 이야기한 도덕경의 가르침을 베일의 멋과 베일이 상징하는 품격으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은은히 비치는 베일을 사용하는 목적이 얼굴을 감추기 위한 것일까요? 아니면 드러내기 위한 것일까요? 드러냄과 감춤, 이 중 어느 하나만을 내세운다면 이는 베일의 역할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베일은 감추기 때문에 드러내는 것을 배척하거나, 또는 드러내기 때문에 감추는 것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어느 하나 때문에 다른 하나를 배척하지 않습니다. 은은히 비치는 베일의 역할은 감추면서 동시에 드러내는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베일의 멋이며 베일이 상징하는 품격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품격과 멋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지금까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했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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