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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도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생각(4-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4/17 17:10

ⓒ 광주가톨릭평화방송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417(), 오후 205220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 -


"도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생각: 왜 우리는 비워야 하는가?"(4-1)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이 시간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김권일 신부: 안녕하십니까? 김권일 신부입니다. 오늘은 어느 대학생의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일반 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에 대학생들에게 비움에 대해 강조해서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어떤 학생이 질문을 했습니다. “교수님, 덜어내고 비우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는데, 덜어내고 비우고 살면 손해보고 사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도 우리가 비우며 살아야 하는가요?” 무한 경쟁구도 속에서 남들보다 앞서가고 남들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갖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비움의 필요성이 마음에 와 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야기는 왜 우리는 비워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에게 그 궁극적인 이유를 말씀 드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왜 우리가 비워야 하는가?” 그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오늘 내용이 기대되는데요?!

 



김권일 신부: 도덕경사상을 통해서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도덕경사상에 따르면, 만일 우리가 소지小知에 해당하는 종류의 지식과 헛되고 과도한 욕망을 덜어내고 비우는 도닦음을 철저히 실천한다면, 우리의 마음이 허정虛靜의 마음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허정의 마음이란 어떤 자극에도 동요되지 않는 맑고 고요한 빈 마음을 가리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허정虛靜의 마음을 청정한 빈 마음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허정의 마음(虛靜: 청정한 빈 마음)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소지小知에 해당하는 종류의 지식과 헛되고 과도한 욕망을 덜어내고 비워야 한다고 말하는데, 소지小知에 해당하는 종류의 지식이란 어떤 것인지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소지小知에 속한 지식이란, 나를 중심으로 삼고 나와 너를 차별하고 구분하려는 분별적인 지식, 편협하고 집착에 사로잡힌 지식, 교활한 지식, 오직 목적 달성에만 관심을 두고 일의 동기나 목표에 담긴 의미는 성찰하지 않는 도구적인 지식, 그리고 이익 가능한 것만 따지는 계산적인 지식, 시대착오적인 낡은 지식 등을 말합니다. 그리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kleitos, BC544-BC484)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깨어 있는 자들은 하나의 유일하고 보편된 세계를 갖지만, 잠들어 있는 자들은 각자 자기 고유한 세계로 돌아간다.” 앞서 말한 소지小知에 속한 지식들과 헛된 욕망은 우리 인간을 깨어 있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세계에 갇혀있게 하고 인간 본래의 순박한 본성을 파괴시킵니다. 비판 능력이 결여된 채로 이루어지는 지식 추구는 쉽게 욕망의 도구로 전락하게 됩니다.


 


진행자: 신부님, 신부님께서 사용하시는 허정虛靜이라는 말은 어디에 나오는 개념입니까?


 


김권일 신부: 허정虛靜도덕경16장에서 가져온 말입니다. 도덕경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도덕경16장에 등장하는 허() 자와 정(맑고 고요함) 자를 결합하여, 도덕경이 주장하는 수양공부의 핵심 사상으로 허정虛靜을 내세웁니다. 허정의 마음 상태(虛靜: 청정한 빈 마음)와 관련하여 도덕경16장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기를 최대로 비워서() 맑고 고요함()을 확고히 마련하면, 만물이 끊임없이 생생화육하지만 나는 그것들이 참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오는 것을 본다. 만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번성하지만, 각각 그 근원으로 돌아간다.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맑고 고요함()이라 하고, 맑고 고요함()을 일러 본래의 참된 생명의 회복(復命)이라 하고, 본래의 참된 생명의 회복을 상()이라 하며, ()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한다.”

 



앞의 인용문에서 도덕경저자는, ‘최대한()’확고히()’라는 단어의 수식을 통해서, ()와 정()의 상태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소지小知에 속하는 지식들과 헛되고 과도한 욕망의 찌꺼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비워내어 어떠한 자극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맑고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마치 흙탕물을 휘 젖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면 맑은 물로 변하듯이, 오염된 마음을 완전히 덜어내고 비우면 끊임없이 요동치고 산란하던 마음이 자연히 가라앉아 맑고 고요한 상태로 변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도덕경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허정(虛靜: 청정한 빈 마음)의 경지입니다. 이러한 허정(虛靜: 청정한 빈 마음)의 마음 상태는, 불교가 추구하는 무주심無住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신부님 무주심無住心이란 어떤 마음인가요?

 



김권일 신부: , 무주심無住心이란 어디에도 머무르거나 얽매인 바가 없는 마음을 말합니다. 허정虛靜의 마음(청정한 빈 마음)에 대해, 송나라 시대의 학자 범응원(范應元판잉위엔)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처음에 본래 비어 있고 맑고 고요한 상태였다. 마음을 비우고 맑고 고요함을 지키는 것은, 만물을 끊고 사람으로부터 떠나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만물에 내 본심이 어지럽히는 것이 없는 것, 이것이 참으로 비움()의 지극함이고 맑고 고요함()의 독실함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리 마음이 허정(虛靜)의 상태에 이르면 우리 마음에는 큰 쓰임새가 생겨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허정(虛靜)의 마음이 지닌 쓰임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 관점과 정()의 관점에서 그 쓰임새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허()의 관점에서 쓰임새를 살펴보겠습니다. (), 비어 있어서 아무 쓸모가 없는듯하나 그 쓰임새는 참으로 오묘하고 놀랍습니다. 이 점을 도덕경5장은 다음과 같은 비유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천지 사이()는 아마도 풀무와 같은가 보다! 텅 비어 있지만 그 쓸모가 다함이 없고 움직일수록 더욱 더 나온다.”


 


진행자: 신부님, 풀무는 어떤 물건인가요?


 


김권일 신부: 풀무는 불을 지피 울 때 사용하는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입니다. 풀무는 60년대만 해도 시골 부엌이나 대장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풀무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모두 다 그 통속이 텅 비어있다는 점이 같습니다. 풀무는 그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풀무의 기능이 생겨납니다. 텅 빈 공간 사이로 공기가 들어오고 들어온 공기를 밀어내면 바람이 세차게 일어서 작은 불을 확 살아나게 합니다. 풀무질을 하면할수록 바람은 더욱 더 많이 생겨납니다. 풀무 속이 비어 있지 않고 꽉 차 있다면 풀무는 그 고유한 기능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물건이 됩니다. 비어있음이 풀무를 풀무이게 합니다. 도덕경저자가 볼 때, 천지의 작용이 풀무의 비어있는 통속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고대에 중국인들은 만물의 생성은 양을 상징하는 하늘과 음을 상징하는 땅의 상호작용 즉 음양의 상호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풀무와 같이 천지는 그 속이 비어 있어서 끊임없이 뭇 생명체들을 생성해 내고 만물을 품어낸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만물을 생성해 내고 품어주어 만물이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허()의 큰 쓰임새입니다. 눈에 드러나고 보이는 세계만을 알고 그것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무()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는 도덕경11장을 통해서도 우리는 허()의 쓰임새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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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관계로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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