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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도의 길에서 만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3-2)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9/04/10 16:43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410(), 오후 205220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 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 -


도의 길에서 만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3-2)


 


진행자: , 비어있음, 침묵, 라디오 방송에서는 7초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방송 사고라고 해요. 늘 우리는 이렇게 채우며 살기에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인 것 같아요~ 지금부터는 에크하르트가 가르치는 욕망에 대한 비움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김권일 신부: 네에! 신약성경의 마태오복음 53(“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에 대한 강론인, ‘가난의 강론에서 에크하르트는 첫째, 우리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을 가난한 사람이라 한다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것이란, 곧 인간 자신을 얽매고 있는 모든 뜻과 욕망을 비워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의욕도 없는 무기력한 삶을 살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에크하르트가 수도자들에게 말했던 <영적 강화>라는 글에 나오는 그의 가르침을 보면 이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의지가 자아에 매여 있지 않을 때, 그리고 의지가 자기 자신을 모두 비우고 신의 의지로 전환하여 신의 의지로 철저하게 다시 모습을 바꾸게 될 때, 그 의지는 완전하고 올바른 것이 된다.”


 


에크하르트가 욕망의 일부인 의지에 대한 비움을 강조하는 궁극의 목적은, 인간 자신의 의지를 비움으로써 자신의 의지는 사라지고, 신의 의지가 자기 자신 안에 작용하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나의 의지(욕망)는 없어지고 내 안에 신의 의지만 남는다는 것은, 마치 바오로 사도의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2, 20)와 같은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크하르트는 우리가 욕망(의지)을 내려놓고 비울 때, 신의 뜻을 행하고자 하는 욕망(의지)마저도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만일 누군가가 지금 나에게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가난한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신의 가장 좋은 뜻을 이루겠다고 바라는 것이 자신들의 뜻이라고 여전히 생각하는 한 그런 사람들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가난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신의 뜻을 충분히 실현시키고자 하는 하나의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대로 된 가난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참으로 가난해지기 위해서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을 때의 그였던 것처럼, 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의지를 모조리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영적 강화>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욕망(의지)을 비우라고 말하는 가난의 강론을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는 좋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주님이 이렇게 저렇게 해주기를 가르치려 한다. 이러한 의지는 좋은 의지가 아니다.”


 


또한 에크하르트는 가난의 강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들이 신의 뜻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한, 그대들이 영원과 신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한, 그대들은 가난하지 않다.”

 



진행자: 신부님, 왜 우리가 신의 뜻을 행하고자 하는 의지마저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인가요?

 



김권일 신부: 우리는 때때로 자신에 의해 만들어지고 자신에 의해 설계된 뜻으로 신의 뜻을 실천한다는 잘못을 범하곤 합니다. 그리고 신의 뜻을 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우리는 점점 그 의지에 얽매이게 되어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신약성경복음서에 나오는 바리사이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의 언행을 보면, 그들은 철저한 율법 준수가 신의 뜻을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신의 뜻을 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했던 인물들이었습니다. 신의 뜻을 행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이 욕구에 자신이 점점 얽매이게 되고, 이 얽매임 때문에 다른 것을 올바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신의 뜻을 행한다는 강한 의지는, 쉽게 공동체를 지배하고 장악하려는 욕구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큰 위험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거나 자신의 지배욕을 확장하려는 경우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신의 뜻이라는 이름 아래 자기와 다른 것들을 배척하고 단죄하여, 오히려 신의 더 큰 뜻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역사적으로도 종종 있어 왔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욕구(의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워졌을 때 이루어지는 효과에 대해서, 에크하르트는 짧지만 깊은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이렇게 표현합니다. “내가 나를 위해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곳에 하느님이 나를 위해 원하신다.” 내가 나를 위해서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비움의 삶을 살 때, 하느님께서는 더 좋고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십니다.

 



진행자: 신부님, 앞에서 에크하르트가 주장한 지식과 욕망에 대한 가난(비움)을 살펴봤는데, 그가 주장한 소유한 것에 대한 가난(비움)도 말해주세요!

 



김권일 신부: 네에! 에크하르트는 가난의 강론에서 셋째, 가난한 사람이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말은, 물질적인 가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소유한 것이 없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고 우리가 관계 맺고 있는 것들이 그 자체로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가 뭔가를 소유하게 되면 그것에 집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어디에도 머무름이 없고 걸림이 없는 인간 내적 자유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영적 강화>에서 에크하르트는, 우리와 관계된 것들은 모두 신이 우리에게 준 것이 아니라 단지 빌려 준 것임을 생각하여 그 소유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가르침으로써, 가진 것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를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대여된 것일 뿐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 육체이든, 영혼이든, 감각이든, 능력이든, 외적인 재산이든, 명예이든, 친구이든, 친척이든, 집이든, 땅이든 그리고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어떤 것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에크하르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가 자기 자신 안에 신이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소유하는 것마저도 진정한 가난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에크하르트에 따르면, 신과 인간인 나 사이에는 조금의 틈도 없어야 하는데, 신이 일할 수 있는 장소를 가진다는 것은, 결국 신과 나를 분리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에크하르트의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개해 드리면서 오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나는 말한다. 인간은 신이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어떤 장소이지도 않고, 어떤 자리도 갖지 않을 만큼 가난해야 한다고. 인간이 장소를 갖고 있는 한 그는 여전히 차이를 갖게 된다.”


 


진행자: , 오늘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비움에 대한 가르침 가운데 욕망과 소유한 것에 대한 가난(비움)을 살펴봤습니다.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지금까지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했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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