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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도덕경의 내용과 ‘도’에 대하여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8/12/20 08:36

 
ⓒ 광주가톨릭평화방송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선교프로그램)


방송시간: 1219(수), 오후 205220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조미영PD, 진행 박소현 아나운서


주제: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 - 도덕경의 내용과 에 대하여


 


진행자: 가톨릭 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이야기, 영암본당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합니다. 신부님! 세계인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이 성경이고 그 다음이 도덕경이라고 하죠? 도덕경을 잘 읽기 위한 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권일 신부: 도덕경 저자가 살았던 시대는, 부패한 통치자들이 세금을 빼돌려 먹고 자신들의 삶만을 귀히 여기면서 전쟁을 일삼았던 시대였습니다. 도덕경은 당시 상황을 창고는 텅텅 비어 있고 밭은 잡초만 무성하고 민초들은 굶주림 속에서 부역과 전쟁 동원에 시달려야 했다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민초들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들고 어디에도 기대고 의지할 곳이 없어서 생에 대한 마지막 애착마저도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덕경 저자는 제75장에서 민초들이 죽음을 가벼이 여긴다(民之輕死)’라는 표현을 통하여 자신이 속한 시대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는 도덕경저자가 살았던 이러한 시대를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려서 고향 상실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시대의 어려움을 고향상실의 시대라는 하이데거의 표현으로 도덕경의 시대를 규정하셨는데, 고향상실의 시대라는 용어가 무엇을 뜻하는지요?


 


김권일 신부: ~ 고향 상실의 시대란, 자기가 살고 시대가 고향과 같이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낯설게 느껴지고 불편하게 느껴져서 불안과 공허와 권태 속에서 방황하는 시대를 말합니다. 하이데거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위기는 모든 사물 안에 깃들어 있는 성스러움이 사라져 버렸다고 말합니다. 하이데거는 오늘날 모든 사물이 그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인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만 간주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늘과 대지, 산과 강은 이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산은 더 이상 산이 아니고 광물 에너지를 담고 있는 자원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간도 이제는 한 낱 기술과학을 위한 부품’(Bestand)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나무는 종이나 목재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인간은 기계의 부속품처럼 하나의 부품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생각한 하이데거의 표현이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맞는 말인 듯합니다. 자 이제 도덕경 저자가 직면하고 고민했던 문제로 돌아가 볼까요?

 



김권일 신부: ! 도덕경 저자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고통과 절망과 그리고 죽음이 지배한 고향 상실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이러한 시대 안에서 도덕경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이 의지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생명활동을 하게 하는 궁극의 안식처또는 우주적 생명의 길에 대한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근원에 대한 생각과 함께 도덕경 저자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닦고 비워내는 수양공부를 해왔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 어떤 시기에 이르러, 도덕경 저자는 자신의 마음 안에서 갑자기 우주만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근원적인 생명의 흐름을 직관하게 되는 체험을 얻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를 도라는 단어로 표현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도덕경은 깊은 사색과 수양의 실천을 통해서 얻은 도에 대한 체험을 토대로 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주만물과 관련된 근원에 대한 사유는, 하이데거의 입장과 유사하게, 학문적인 개념이나 논리적인 형식 등과 같은 순수 이론적인 척도로써 평가될 수 없는 도덕경 저자 자신의 생명 체험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신부님! 이러한 도덕경은 주로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나요?

 



김권일 신부: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로 시작하는 도덕경, “우주만물이 왜 있게 되는가?” “우주만물이 없지 않고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근원적인 물음을, 도에 대한 자신의 생명체험을 토대로 답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도덕경 제34장은 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큰 도의 흐름과 활동은 너무나 넓어서 가닿지 않는 곳이 없구나. 만물이 도에 의지하여 생겨나고 자라나지만 이를 마다하지 않고 일을 이루고도 자기의 공을 드러내지 않으며, 만물을 양육하지만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도덕경은 이러한 도를 근거로 삼고, 그 위에서 모든 생명체들이 존중받는 세상을 건립하기 위한 정치와 인생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도덕경, 자연自然(self-so)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자연을 존중하고 따르는 무위無爲(trying not trying)를 이상적인 행동 양식으로 제시합니다. 도덕경 시대에 , ‘자연自然 이라는 말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을 지닌 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사물들의 자연을 존중하고 살리는 행위가 무위無爲(trying not trying)입니다. 이러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 자신을 닦는 수양공부가 필요하다고 도덕경은 말합니다.

 



진행자: 점점 도에 대해서 궁금해집니다.. 신부님! 도덕경에서 말하는 라는 글자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권일 신부: 중국에서는 대략 2500년 전부터 사람들이 도라는 글자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라는 글자의 초기 형태는, 사람이 사방으로 통한 길목에서 머리를 들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를 지닌 도라는 단어의 가장 원초적인 의미는, ‘방향을 제시하여 길을 안내하면서 걸어가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런 원초적인 의미에서, 도가 지니고 있는 이라는 의미가 파생되어 나오게 되는데, 여기에서 이란 일정한 방향을 지닌 길을 의미합니다. 도가 담고 있는 이라는 뜻은, 예컨대 사람이 마땅히 가야할 길과 방향’, ‘천체 운행의 길’, ‘사물들이 따라야할 길등과 같이, 여러 차원에서 은유적으로 폭넓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도라는 단어가 지닌 이라는 의미 외에도, 도는 지키고 따라야할 규칙이나 법칙’, ‘방법’, ‘말하다’, ‘통하다’, 유래하다’, 인도하다’, ‘진리등과 같은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신부님, 서양의 고대철학자들이 사용한 철학 용어들 가운데에서 도덕경의 도와 유사한 개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권일 신부: 로고스’Logos라는 단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로고스는 이성, , , 의미, 법칙 등의 뜻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나 스토아학파 등이 로고스’Logos라는 단어를 철학적인 개념으로 채택하여 자신들의 사상을 표현하였습니다. 도덕경사상의 출현과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kleitos, BC 540-BC 480),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 안에는 혼과 같은 것이 깃들어 있어서 그것이 모든 것을 있도록 하고 모든 것의 변화와 운동을 관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그는 로고스Logos’라고 불렀습니다. 요한복음도 한 처음에 말씀(로고스)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1,1) 라는 대목에서 로고스’(말씀)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성자 예수님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신부님, 왜 요한 복음사가는 하필 로고스(말씀)’라는 단어로써 성자 예수님을 표현했을까요?

 



김권일 신부: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배경이 있고, 또 잠언 8장과 같은 곳을 보면 지혜의 말씀을 의인화시켜서 표현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로고스)은 한 인격체의 생각과 뜻을 전하는 도구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생각과 뜻을 전달하기 위한 계시자로서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생각과 뜻을 드러내주셨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말씀(로고스)’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예수님을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중국 성경책 중에서도 요한복음에 나오는 로고스(말씀)’라는 단어를 로 번역한 것이 있습니다. 는 말씀, 진리, 생명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니까요!

 



진행자: , 김권일 신부님과 함께하는 가톨릭사제가 들려주는 도덕경 이야기오늘은 도덕경의 도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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